거울바다
작가 / 황문정, 윤주희, 배인숙, 노기훈, 권자연
일시 / 2020년 12월 16일(수) - 31(목)
장소 / 임시공간
기획 / 채은영
진행 / 김유림, 정다운
사운드 믹싱 / 배인숙
주최 / 임시공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
지역의 지역을 투영하는 좁은 바다 - 채은영
<거울바다>는 제 3경인 고속도로를 지나 정왕IC를 통과할 때 좁은 바다, 소래 해협 사이에 인천시와 시흥시의 논현과 월곶,송도와 배곧이 서로 데칼코마니처럼 바라보는 기이한 풍경에서 시작했다. 전시는 상상적 민족처럼 우리가 지역성이라고 여기는 것도 상상적일 수 있다는 의문과 질문 속에서 지역성의 비지역성, 장소성의 비장소성의 (불)가능성을 상상한다. 작가들은소래 포구와 해협이란 장소성에서 출발해 시흥시와 인천시라는 도시가 장소성을 전유하는 방식이나 우리에게 지역성이 이식되는 과정에서 복합적 장소성과 현재적 역사성을 상상한다. 무엇보다 두 도시 사이의 지역적 특성보다는 공동적 지역성의 서사나 재현의 단서를 찾는다.
서해 어선의 서낭기, 뱃기는 오색기로 5가지 색을 가지는데 보통 파란색이 위에 있고 나머진 다양하게 구성된다. 여기에서 착안해 인천 바다색, 정서진 석양색, 강화 갯벌색, 소래습지 안개색, 첨단 미래색을 찾았고, 시흥시 로고에서 파랑색과 주황색을참고했다.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과거의 미신으로서 오색기를 현재 도시를 상징하고 세속화하는 5색으로 공간을 채웠다.그리고 작가들은 장소성의 비장소성, 지역성의 비지역성에 관해 물질적이고 가시적 방법과 비물질적이고 비가시적 영역에 관한 방법으로 지역의 지역을 투영했다.
윤주희는 갯벌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인간과 자본에 의해 대상화되며 견고해지는 과정을 작은 유리 어항 속에 시멘트 양생이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자연적 조건의 수평적 장소성을 수직적이고 인공적 장소성으로 치환한다. 권자연은 글로벌캠퍼스본교 지방과 외국인 학생들의 지방들에 관한 글, 색, 이미지들을 종이 입체물로 만들어 서로 연결되고, 이식되고, 탈구되는 장소성들이 현재적 도시에서 관계하며 가질 수 있는 복잡성과 취약성을 보여준다. 노기훈은 실제하는 특정 지역을 찍었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실패한 사진을 액자에 넣었는데, 결국 장소성의 욕망이 물리적 공간 위에 현전하는 불안한 환영의 실재일 수 밖에 없음을 말한다. 배인숙은 최근 집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나 행복했던 시간을 준 조지아의 트빌리시(Tbilisi)의 시간을 가리키는 손목 시계를 통해 팬데믹 이후 공간적 장소성 너머 새롭게 관계하는 시간적 장소성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황문정은 시흥시와 인천시가 역사적 진정성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해 각자 소래 포구를 지역적 특성과 자산으로 소비하고 전유하려는 욕망을 각각의 방향과 속도로 끈임없이 돌지만 결코 만나지 않고 어긋나는 소래 철교 모형으로 보여준다.
사운드 작업은 <거울바다>라는 프로젝트 앨범의 각각 트랙을 구성하는 것으로 작가들이 채집한 소리를 무한 반복한다. 윤주희는 덤프트럭이 무언가를 쏟아내기 위해 후진하면서 내는 소리를 들려주고, 권자연은 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학교들의 본교가 위치한 지역의 마을 홍보, 숲속 공원, 광장, 밴드 공연 소리를
유튜브에서 찾았다. 노기훈은 낮에는 월곶과 배곧이 만나는지점에서 새벽에는 영종도에서 채집한 소리를 하나로 들려준다. 배인숙은 촘촘한 주파수가 있는
밤에서 무음이 되는 아침까지의 노이즈를 설정하고 오른쪽에선 우리나라, 왼쪽에선 조지아 트빌리시 시간의 노이즈가 흘러나온다. 황문정은 도시 찬가로서 인천미래의 도시, 시흥블루스가 소래 철교 모형의 움직임에 따라 각각 시작하고 스치고 만나듯 들려준다.
우리가 지역을 상상적 지역성과 장소성의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 전복적이고
불온한 다른 방식과 관점이 가능할 것인가. 지역을 인간과 자본 중심의 도시
생태로 바라보지 않고, 지역과 지역 사이의 공동성이란 복합적 정동의 넓은
바다에서 마주할 다른장소성과 로컬리티에 다다르기 위한 표류가 시작되었다.
* 기획과 작업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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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바다 - 권자연
지방위의 지방
인천 연수구는 2012년 교육국제화 특구로 지정되었으며 이 중 글로벌캠퍼스
지역에는 외국 대학들이 몰려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 (Incheon Global Campus, IGC)는 외국대학교 확장형 캠퍼스를 유치 입주시키기 위해 인천광역시 와 산업통산자원부에서 송도국제도시 내에 만든 연합캠퍼스이다. 겐트 대학교 글로벌캠퍼스, 한국뉴욕주립대학교,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뉴욕패션기술대학교 등이 입주했다. 겐트 대학교는 벨기에 겐트, 한국뉴욕주립대학교는 뉴욕주 스토니브룩, 조지메이슨대학교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유타대학교는 유타주 솔트레이크, 뉴욕패션기술대학교는 맨하탄이 이 대학들의 원 주소지이다.
이 대학들이 위치한 방식은 송도라는 지역 안에 -어떤 네러티브나 역사적인 연결성 없이 오직 경제적인 이윤만으로 모인 지역들의 모습이다. (분교를 만드는 대학들 대부분은 다른 나라 캠퍼스를 둠으로서 많은 재정적 부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이다.) 대학들은 자국 대학과 동일한 언어로 강의를 하며 강의내용과 태도도 자국의 시스템을 벗어나지 않기를 교수들에게 요구한다. 학교캠퍼스
내에서는 학생, 교수들, 학교소식, 이메일들은 물론 각자의 임금, 행정 담당자들까지도 모두 대학이 소속된 자국의 기준으로 운영이 된다. 송도라는 지방위에 얹혀져있는 이 지방들의 모습은 신기하고 매번 적응을 필요로 한다.
지방위의 지방위의 지방
이 학교들을 다니는 학생들은 또 다른 지역에서 온다. 글로벌 캠퍼스의 대학들은 한국에 주둔한 여러 국적의 대사관들을 통해 홍보를 하기도 하고, 설명회들을 유치해 한국과 그 외의 다양한 국적들의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로 인도,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미얀마 등의 학생들이 송도라는 지방에 공부를 하러 온다. 송도라는 지방에 모여든 겐트, 스토니브룩, 페어펙스, 솔트레이크, 맨하탄이라는 지방들. 그 지방들에 모여든 인도,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미얀마의 어느
지방들.
나는 이러한 지방에 다른 지방들이 얹혀지고/얽혀지고, 그 안에 몰려든 또 다른 분자 같은 지방들이 얹힌/얽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거울바다의 전시에서
보여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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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folded/overlapped/skewed/topped 얹힌/얽힌/접힌/겹친
오브제 /
입체 종이접기.
송도 교육특구에 들어온 외국 대학교 본교 지방들과 그 외국대학을 다니는 외국학생들의 출신 지방들에 대한 1)글 2)색 3)이미지 등을 이용해서 여러 개가 중첩되어 나오는 종이접기 입체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여러 지방들을 담은 독립된 종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접어지고 또 연결되고 하는 수십 번의 과정으로 종이접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교육특구에 각자의 이유와 목적으로 위치하는 외국의 지방들은 서로 얹혀지고 겹쳐지고 연결되고 혹은 숨겨지면서 종이접기 입체물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소리 /
송도 교육특구에 들어온 학교 본교가 위치한 지방의 소리를 녹음한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 소리를 다운받는다. 현재 송도 교육특구에 들어와 있는 유타대학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가, 한국뉴욕주립대학교는 뉴욕주 스토니브룩이, 조지메이슨 대학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가, 겐트 대학교는 벨기에 겐트가 그 본교가 있는 지방이다. 나는 검색란에 이 4개의 지방의 소리를 입력하고 (예) Sound of Salt Lake City)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1분~1분30초씩 녹음하였다. 4곳의 지방 소리들은 마치 하나의 소리처럼 전시장에서 루핑된다. 불특정한 개인이
올리는 지방의 소리들을 다운받아 그곳을 조금이라도 상상해보게 되는데 이것은 이곳 송도 교육특구에 들어와 있는 학교/학생의 파편적인 지방들이 연결되어 송도 교육특구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는 것과도 비숫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소리 1) Local – Fairfax, Virginia 페어팩스, 버지니아. (1분35초)
조지메이슨 대학 본교가 있는 지방.
페어팩스 부동산 업체가 그 마을을 홍보하는 소리.
소리 2) Local - Stony Brook, New York 스토니브룩, 뉴욕 (1분1초)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본교가 있는 지방.
스토니브룩에 있는 숲속 공원 소리.
소리 3) Local – Ghent, Belgium 겐트, 벨지움 (1분1초)
겐트 대학교가 있는 겐트시 광장 소리.
소리 4) Local – Salt Lake City, Utah 솔트레이크 시티, 유타 (1분 56초)
유타대학교가 있는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있었던 1975 공연 소리.